우리나라에서 침해자가 영업비밀 침해로 얻은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하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한국기업의 미국기업 영업비밀 침해사건에서 공소장(검사가 형사처벌을 법원에 청구하는 서면, 민사사건의 소장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 한국기업과 4명의 임직원에 대해 USD 225 million(약 2천3백억원)이라는 고액의 몰수형을 구형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놀라운 몰수금액입니다. 1심 민사판결 USD 920 million이라는 천문학적 손해배상금액과는 별개로 추가된 형사처벌 내용입니다.
또한, 미국법상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처벌로서 몰수형과는 독립적으로 추가로 벌금을 부과하거나 징역형을 과할 수 있습니다. 관련 미국법령(The Economic Espionage Act)에 규정된 법정형은 매우 무겁습니다. 영업비밀 절취에 대해서는 개인의 경우 최고 10년의 징역형 및 USD 25만불 또는 이익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의 벌금형을 가할 수 있고, 법인의 경우 USD 5 million 또는 이익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의 벌금형을 가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영업비밀 침해분쟁 민,형사 사건을 일괄 합의로 종결하면서, 침해자측이 권리자측에게 손해배상으로 총액 US$275 million(약 3천억원)을 5년 분할 지급하고, 미국정부에 총액 US$85 million(약 9백억원)을 벌금으로 납부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침해,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인한 몰수 및 추징을 통해 민사상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기술유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모두 환수한다면 기술유출을 시도할 동기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신체형을 부과할 수 없는 법인에게 가하는 가장 효과적인 처벌은 그 경제적 이익을 몰수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몰수 및 추징은 가장 효과적인 처벌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령상으로 이와 같은 몰수 및 추징은 가능합니다. 특허법에는 특허침해물품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건의 발명 특허뿐만 아니라 제조방법 특허의 경우에도 침해행위 결과로 생산된 물품을 몰수할 수 있습니다.
특허법 제231조(몰수 등) ① 제225조 제1항에 해당하는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 또는 그 침해행위로부터 생긴 물건은 몰수하거나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그 물건을 피해자에게 교부할 것을 선고하여야 한다.
② 피해자는 제1항에 따른 물건을 받은 경우에는 그 물건의 가액을 초과하는 손해액에 대해서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영업비밀 침해의 경우에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침해행위로 인한 재산을 몰수 및 추정한다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참고로 해당 법규정을 아래에 인용합니다.
제36조 (벌칙) ① 산업기술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으로 제14조 각호(제4호를 제외한다)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4조 각 호(제4호 및 제6호는 제외한다)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4조제4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제1항 내지 제3항의 죄를 범한 자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얻은 재산은 이를 몰수한다. 다만,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한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몰수 및 추정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개별법에 몰수 및 추정에 관한 규정이 없어도 형법의 몰수 및 추정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특별법에 없는 규정을 일반법이 뒷받침하여 적용되는 것입니다. 형법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48조(몰수의 대상과 추징) ① 범인이 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범죄 후 범인 이외의 자가 정을 알면서 취득한 다음 기재의 물건은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
1.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2.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하였거나 이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3. 전 2호의 대가로 취득한 물건
또한 특별법 중에는 재산상 이익도 몰수의 대상으로 규정해 놓은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입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제 8조 (범죄수익등의 몰수) ① 다음 각 호의 재산은 몰수할 수 있다.
1. 범죄수익
2.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② 제1항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 재산(이하 "몰수대상재산"이라 한다)이 몰수대상재산 외의 재산과 합쳐진 경우 그 몰수대상재산을 몰수하여야 할 때에는 합쳐짐으로써 생긴 재산[이하 "혼화재산"(混和財産)이라 한다] 중 몰수대상재산(합쳐지는 데에 관련된 부분만 해당한다)의 금액 또는 수량에 상당하는 부분을 몰수할 수 있다.
제9조(몰수의 요건 등) ① 제8조제1항에 따른 몰수는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다만, 범인 외의 자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을 취득한 경우(그 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의 취득이 제4조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에는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경우에도 몰수할 수 있다. ② 지상권·저당권 또는 그 밖의 권리가 설정된 재산을 제8조제1항에 따라 몰수하는 경우 범인 외의 자가 범죄 전에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 또는 범죄 후 그 정황을 알지 못하고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에는 그 권리를 존속시킨다.
제10조(추징) ① 제8조제1항에 따라 몰수할 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그 재산의 성질, 사용 상황, 그 재산에 관한 범인 외의 자의 권리 유무,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하여 그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가액을 범인으로부터 추징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제8조제1항의 재산이 범죄피해재산인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없다.
한편, 동법 제2조에서 그 적용대상을 제한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죄 가운데에는 상표법 제93조(상표권 침해죄),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저작재산권 침해죄), 그리고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하여 형법 제356조(업무상배임죄, 단 범죄수익이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업무상배임 가중처벌, 범죄수익이 5억원 이상인 경우)만 그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법령상 특허침해, 영업비밀 침해 등 지식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한 벌칙조항이 있고, 그와 같은 벌칙조항에 해당하는 경우, 형사법적 절차를 통해 지적재산권 침해행위로 생산된 제품을 모두 몰수할 수 있습니다.
Destiny는 “Vitality”라는 healthcare wellness program을 개발한 후 건강보험회사 Cigna와 NDA를 체결하고 그 기술내용을 제공하였습니다. Cigna 팀원들이 “Vitality” 및 관련 사항을 심사한 결과 그 프로그램 도입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등 이유로 최종적으로 매수 또는 협력개발을 포기하고 독자적으로 “Empower”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습니다. 즉, 기술개발사와 기술도입 협상을 진행하면서 NDA 체결 후 그 기술내용을 심사하였지만 최종적으로 가격 등 거래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술도입을 포기하고 독자개발을 추진하여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 것입니다.
기술개발사 Destiny에서 Cigna를 상대로 “Vitality”의 영업비밀을 활용하여 “Empower”를 개발한 것이므로, NDA 위반 및 영업비밀침해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Destiny에서는 영업비밀침해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고, 다만 간접적인 정황증거(circumstantial evidence)와 소위 “inevitable disclosure doctrine" 적용을 주장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술도입 협상이 결렬된 후 개발된 제품에 기술협상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내용이 필연적으로 활용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실무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로서 그 대응전략이 매우 중요하지만 관련 법리와 실무적 대응 및 판단이 쉽지 않는 어려운 사안입니다. 관련 쟁점을 자세하게 설시한 미국법원 판결을 참고자료로 첨부해드립니다. 꼼꼼하게 한번 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 사건에서 미국법원은 영업비밀침해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미국법원은 기술도입 협상 과정에서 Cigna에서 많은 정보를 습득하였을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 영업비밀 침해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Cigna에 책임을 물으려면 그 습득한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해당 후발 제품 “Empower”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와 같은 경우에만, 습득된 정보가 “inevitable disclosure"를 통해 독자개발에 부당하게 사용됨으로써 결국 영업비밀 침해 및 NDA 위반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미국법원 판결문의 핵심 판시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The fact that the information provided by Destiny might have made Cigna more informed in evaluating whether to partner with Destiny or another vendor in the development of an incentive-points program does not support an inference that Cigna misappropriated Destiny’s trade secrets absent some showing that Cigna would not have been able to develop its incentive-points program without the use of Destiny’s trade secrets.”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firewall" 문제입니다. 기술제안자 Destiny에서는 협상 대상자 Cigna에서 “Vitality”의 심사 팀과 “Empower” 개발 팀원 사이에 firewall 등 어떠한 차단조치도 취하지 않고 독자 개발을 진행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미국법원은 기술제안자 Destiny에서 당시 제공된 기술정보의 “inevitable disclosure” 상황을 우려했다면 상대방에게 이와 같은 firewall를 요구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술제안 및 협상을 통해 상대방이 습득한 기술내용을 어떻게 보호할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다면 기술거래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따라서 합리적인 balance point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 미국판결에서는 (1) 기술정보 불법사용에 관한 직접 증거가 있는 경우 또는 (2) 직접 증거는 없지만 습득된 기술정보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독자개발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 입증된 경우에만 영업비밀 침해책임이 인정된다는 입장입니다. 소위 “inevitable disclosure doctrine"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balance point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말하는 ‘영업비밀의 사용’은, 영업비밀 본래의 사용목적에 따라 이를 상품의 생산∙판매 등의 영업활동에 이용하거나 연구∙개발사업 등에 활용하는 등으로 기업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한 행위를 의미하므로(대법원 1998. 6. 9. 선고 98다1928 판결),
영업비밀인 기술이나 도면을 그대로 베껴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타인의 영업비밀을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거나, 역설계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금지되는 영업비밀의 사용에 해당한다."
"①렌즈 광학설계는 기존설계데이터 중 설계자가 설계하려는 사양에 가까운 설계데이터를 선택하여 시작 데이터로 설정하고, 이를 변경하면서 원하는 렌즈 사양을 맞추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제품화된 렌즈의 설계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거나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있다면, 새로운 렌즈의 광학설계를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점, ② 국내에서 교환렌즈의 설계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채권자와 주식회사 삼성전자 두 곳에서 불과하고, 교환렌즈 설계는 성당한 기술을 필요로 하여 교환렌즈 설계 및 제작산업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럼에도 채무자 회사는 설립된 후 단시간 내에 이 사건 각 교환렌즈를 개발한 점, ④ 채무자 회사는 이 사건 각 정보가 아닌 일본 특허(일본 공개번호 소62-50808)의 설계데이터를 바탕으로 광학설계를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채무자의 회사 교환렌즈와 일본특허의 렌즈는 첫 번째 렌즈군의 렌즈매수가 4매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접합렌즈의 위치 및 Power의 배치, 비구면 렌즈의 사용방법 등이 다르므로, 일본 특허의 설계데이터를 이용하여 교환렌즈를 설계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채무자 회사는 이 사건 각 교환렌즈를 개발하는데, 이 사건 각 정보를 직접 사용하였거나 적어도 그 개발과정에서 이 사건의 각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개발 초기의 제품에 대한 구성이나 기초설계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절약하고 개발 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시행착오를 상단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직무발명자가 퇴직하면서 자신이 발명한 기술을 유출한 경우, 사용자가 종업원에 대해 기술유출,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에 대응하여 반격카드로 종업원 직무발명자가 사용자 회사에 대해 직무발명보상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은 양자는 상호 독립적 권리로서 종업원이 회사에 대한 반격카드로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고,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이론상 당연한 내용입니다.
위 판결에서 법원은 종업원 발명자의 회사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인정했더라도, 영업비밀과 특허의 내용인 발명의 범위나 내용이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고, 공동발명자 사이에서도 영업비밀 무단 사용, 공개로 인한 침해가 가능하므로, 공동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이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것과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직무발명의 공동발명자로 인정되면 이에 따라 직무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갖습니다. 영업비밀침해 또는 업무상배임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해 도 그와 같은 직무발명보상청구권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서 전직한 연구원에게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연구원이 그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직무발명의 발명자라면 회사에 대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을 반격카드나 협상카드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기술을 평가하여 손해액과 보상금을 정할 수 있고, 서로 상계처리도 가능하므로 연구원으로서는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