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사실 및 비밀유지 계약조항

 

BT업체인 원고 A회사는 인체 유두종 바이러스(HPV) 진단용 바이오칩 기술에 관한 Bioinformatics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전자 바이오칩 기술에 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서,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상용 바이오칩 키트 제품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IT업체인 피고 B회사는 광픽업, 광디스크, 스캐너 등 IT 분야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양사는 진단용 유전자 바이오칩 정보를 읽어 들여 판독하는 광 스캐너에 관한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BT 분야의 기술을 보유한 회사와 IT 분야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전형적인 협력 구도입니다.

 

양사는 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수 건의 계약서를 체결하였고, 그 중에는, 각 당사자는 본 계약서와 관련 또는 부수하여 취득한 상대방의 일체의 정보를 본 계약 목적 이외에는 어떠한 목적으로도 사용해서는 아니 되며,”라는 내용의 명시적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 개발완료 및 분쟁발생

 

양사는 공동개발 프로젝트의 목표제품인 바이오칩 스캐너를 개발 완료하였고, BT업체 A사는 IT업체 B사에 5대의 제품을 발주하였습니다. 총 매출은 1억원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B회사가 그 후 유사한 기능을 하는 바이오칩 스캐너 제품을 공동개발사가 아닌 경쟁사 C회사에도 납품하였습니다. 벤처기업인 A사와 비교하여 C사는 훨씬 큰 기업이었고, 한번의 구매규모도 2억원이 넘었습니다.

 

이에, A회사는 B회사가 공동개발의 성과를 이용하여 C회사용 제품을 제작함으로써 위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문제된 2가지 제품에 사용된 기술에 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A회사가 제공한 정보가 C회사를 위한 스캐너 및 그 구동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1) A회사가 제공한 정보가 A회사용 스캐너 제작에 상당 부분 활용되었고, 2) B회사는 A회사와의 공동개발과정에서 스캔이미지 분석에 관한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였으며, 3) A회사용 스캐너와 C회사용 스캐너가 분석대상이 달라 호환은 불가능하지만 그 구성모듈이 유사하여 A회사용 구동 프로그램의 소스코드가 상당부분 C회사용 프로그램에 재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점에 비추어, B회사는 A회사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C회사용 스캐너 구동 프로그램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 노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A회사가 제공한 정보가 C회사용 스캐너 제작에 (간접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4. 비밀유지 약정에 관한 법원의 판단

 

그러나 법원은, 1) B회사가 A회사와의 거래 이전부터 스캐너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축적해 왔던 점, 2) B회사의 위와 같은 기술 축적에 소요된 비용과 노력이 A회사에 제품을 납품하여 얻은 수입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위 약정을 B회사가 공동개발시 습득한 분석기술 및 소스코드 등을 A회사용 스캐너 외에 다른 용도로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만일 그렇게 해석하는 경우라면 B회사가 종전에 축적한 바이오칩 관련 기술조차 다른 곳에 활용할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B회사의 기업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사회상규에 반하는 조항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B회사의 비밀유지약정 위반에 대한 A회사의 주장은 기각되었습니다.

 

5. 검토 및 시사점

 

원칙적으로 자유의사로 체결한 계약은 유효합니다. 다만,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계약조항에서 정한 내용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지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계약실무자로서는 일반적 법리에 관한 이해뿐만 아니라 구체적 사례를 연구하고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사안에서 약정이 공동연구 결과물의 납품처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 약정의 문언에 따르면 B회사가 A회사 외 다른 발주자에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동개발시 A회사로부터 받은 정보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결국 약정 위반이 됩니다. 따라서 위 계약은 납품처를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약정을 기업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가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판부의 태도에 따르면 납품처를 공동개발의 상대방만으로 직접 제한하는 규정 또한 사회상규에 반하는 조항으로서 무효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납품처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조항이나 공동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모든 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조항은 공동개발 계약에서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동개발의 당사자간에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갑-을 관계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위와 같은 약정은 을 위치의 회사에 일종의 족쇄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에 이 사건 판결은 을 위치의 회사가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림에 있어, B회사가 A회사와의 거래 이전부터 스캐너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축적해 왔고, B회사의 기술 축적에 소요된 비용과 노력이 A회사에 제품을 납품하여 얻은 수입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등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판시사항 중에는 없지만 A회사에 대한 납품만으로는 B회사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었다는 사정 또한 법원이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위와 같은 약정이 언제나 무효가 된다는 취지는 아닐 것입니다.

 

생각건대, 납품처를 다른 공동개발 당사자로 제한하거나 공동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모든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받아 법적 안전장치를 확보하려면, 공동개발의 결과물인 제품의 최소 구매량을 보장하는 조항 등을 함께 삽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KASAN_[NDA 쟁점] BT업체와 IT업체의 바이오칩 공동개발 분쟁사례 – 공동개발 정보의 사용금지 제한하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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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19.04.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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