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개발업체인 중소기업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원 확보방안 / 대기업으로 이직한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사건 - 서울고등법원 2012. 5. 16.자 2011라1853 결정 --
1. 배경사실
특히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자가 설계한 반도체 설계 및 레이아웃이 바로 판매 제품(IP)과 마찬가지이므로, 무엇보다도 우수한 연구개발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A회사는 반도체 집적회로 제조, 반도체 설계, 반도체 레이아웃 등 사업을 하는 회사로, 주로 시스템반도체의 개발에 관한 삼성전자 등의 용역을 수행하거나 제품을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A회사는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하여 대학원생 B에게 교육실습 및 연구개발 기회와 함께 지원금을 지급하였습니다. 그 일환으로 A회사는 2008년 광운대와 고용계약형 소프트웨어 석사과정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총 3600만원을 대학에 지원하였습니다. 당시 석사과정 재학생 B는 2008. 10. 2. 졸업 후 A회사에 최소한 3년 근무하기로 약정하고 대학으로부터 2년 동안 약 3천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B는 졸업 후 2010. 9. 1. A회사에 입사하였고, 동시에 퇴사 후 1년 동안 동종업체 전직금지 등을 포함한 영업비밀보호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B는 시스템반도체 레이아웃 중 BACKEND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그런데, B는 입사일로부터 10개월이 지난 2011. 6. 30. A회사를 퇴직하고 삼성전자로 이직하였습니다. 이에 A회사가 B에 대해 영업비밀침해 등을 근거로 전직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입니다.
2. 영업비밀 관련 기술
A회사에서 B가 맡고 있던 BACKEND 업무는 FRONTEND 팀에서 HDL 등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게이트레벨로 합성한 후에 이를 실제 반도체칩으로 만들기 위하여 각 구성 셀을 배치하고 연결하여(Placement and Routing) 레이아웃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의 공정기술에 의한 디자인규칙과 연결선 길이에 따른 타이밍 제한 조건 등을 만족시켜야 하는 작업으로서, 설계툴로 합성된 시스템을 실제 물리적인 반도체칩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회로배치 공정은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에 따라 시행착오가 많고 FRONTEND에서 BACKEND의 각 단계가 진행 될수록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검토와 보완의 효율성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검토 및 보완 결과의 집약체인 FRONTEND CHECKLIST와 BACKEND CHECKLIST는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자 영업비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A회사의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이므로, B가 삼성전자에 취업하게 되면 이러한 정보를 바로 이용할 수 있고, 위 중요 정보가 삼성전자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정보가 사용자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시스템반도체 업계에는 여러 판매처가 있습니다만, 가장 많은 수요는 시스템반도체를 이용하여 가전제품, 휴대폰, 다른 시스템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기업에서 발생합니다. 위 사안에서 A회사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를 사용하고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로, A회사의 기술자료가 삼성전자에 넘어가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면, A회사는 삼성전자에 대해 비교우위 기술이 없어져 회사의 존립까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3. 전직금지관련 쟁점 및 법원 판단
전직금지는 약정과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 인정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써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유지도 사용자의 보호이익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회로배치 공정은 시행착오가 많아 검토와 보완의 효율성이 중요하고, 특히 FRONTEND CHECKLIST, BACKEND CHECKLIST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A회사가 만든 것인데, B는 각종 사내 교육, 세미나, 간담회와 사내 컴퓨터 망에 보관된 파일 등을 통하여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회로배치 업무에 투입되어 5개월 간 BACKEND 업무에 종사하면서 이를 습득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정보는 전직금지약정을 통하여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할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한편, 법원은 이 사건 협약에 따라 A회사가 광운대에 3,600만원을 지원하였고, B에게 약 3천만원이 전달되었으므로 1년 동안 전직을 금지하는 대가는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필수적인 요건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사정이 있다면 전직금지를 인정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유효하고, B에게 퇴직일 2011. 7. 1.부터 1년이 되는 2012. 6. 30.까지 삼성전자에 취업하여 근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4. 시사점
위 결정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사일로부터는 10개월, 해당 업무를 맡은 후 5개월에 불과한 신입사원에 대해서도 1년의 전직금지를 인정한 것입니다. 아무리 신입사원이라고 해도 중요한 연구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전직금지 의무를 적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참고로, B는 2008. 10. 2. 대학원 재학 중 협약에 따라 졸업 후 A회사에 최소 3년 근무하기로 약속한 후 2년 동안 약 3천만원을 지원 받았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A회사는 B의 퇴사를 인정하지 않고 입사 후 3년 동안 근무할 것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헌법 및 근로기준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약정은 모두 무효이며, 강제근로는 엄격하게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급된 교육지원비의 반환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B는 처음부터 A회사가 아닌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A회사는 B의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됩니다. 취업을 막는 금지청구 또는 가처분 신청은 먼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과 같이 B가 A회사의 중요한 정보 내지는 자산을 취득 사용할 개연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B가 A회사의 취업 전 대학원생 시절에 이미 A회사의 업무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위 사안과 같은 A회사의 중요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했다면, 전직금지 약정이 없더라도 3년 근무 약정만으로도 전직금지 등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본 사안의 법원결정은 A회사와 같은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미리 확보한 인재가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견제하는데 유용한 참고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관련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 5. 16.자 2011라1853 결정
서울고법2012.5.16.자2011라1853결정.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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